무모함이 가져오는 큰 변화 – 디자이너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와 자질, 리더십


지난 8월 6일 저녁 7시, 이베이코리아 본사가 있는 강남파이낸스센터 1층 최인아 책방 GFC점에서 ‘테헤란로 강연 시리즈’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케빈리 이베이코리아 CPO가 강연을 진행했는데요. 케빈리 CPO는 ‘무모함이 가져오는 큰 변화, 디자인과 브랜딩의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디자이너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와 자질, 리더십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멋진 강연이 진행되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디자이너’란 어떤 사람을 칭하는 걸까요.
(    ) Problem Solver.

사람들은 흔히 디자이너를 ‘소비자를 이해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소비자의 니즈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회사의 C레벨 중 한 명 이상의 결재라인을 반드시 거치게 되어 있죠.

↓ 대략 이런…

그렇지 않으면 디자이너는 소비자의 니즈를 실제 비즈니스화하기 어렵습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회사 내 다양한 부서의 책임자들을 먼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동시에 기업의 비즈니스 상황을 잘 이해하고, 소비자의 필요와 적절히 조율하기도 해야겠죠.

이것이 제가 디자이너를 단순한 ‘Problem Solver’가 아닌 ‘Business Problem Solver’라고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디자이너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

그런 맥락에서 구체화해보면…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자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Creativity that brings a balance between (  ) & (  )

디자이너는 (당연히) 창의적이어야 하겠죠. 다만 균형 감각도 중요합니다.

미국 가전 제조 기업 월풀(Whirlpool)에 다녔을 때 에피소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커넥티드 서비스(connected service)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관련 서비스들이 출시되던 시점이라, 월풀의 한 브랜드에서 냉장고에 터치스크린이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다만 터치스크린을 설치하고, 그 안에 얼음이 떨어져 내리는 애니메이션을 넣는 데에 너무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게 문제였죠. 비용 이슈로 난관에 부딪혔고, 관련 비즈니스를 접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때 저는 ‘고객의 니즈가 있고, 고객 경험을 높이려면 단순한 버튼보다는 우아한 터치스크린이 좋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개발자와 ‘어떻게 하면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실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냉장고에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의 프레임 레이트(frame rate, 초당 몇 장의 이미지가 들어가는지 나타내는 애니메이션 구성단위)을 펼쳐보게 되었죠. 이후 프레임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기존 프레임 수보다 확연히 줄어든 8프레임으로 반복해 돌려보니, 원 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속도와 해상도로 얼음이 떨어져 내리는 애니메이션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셈이었죠.​​


결국 창의적인 모든 것에는 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이고, 그 지점을 적절히 해결하지 못하면 제품을 출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디자이너에게는 비즈니스와 고객의 수요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창의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란?

디자이너에게 리더십 이란 어떤 걸까요.
Transforming Culture before (    ).

디자이너에게는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혁신’하기 이전에 먼저 문화를 바꿔내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무언가 혁신하려고 하기 전에, 그 토대가 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죠.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모든 기업의 CEO와 리더들이 ‘혁신’을 이야기하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혁신을 통해 다른 회사와 차별화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혁신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선제 되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무너지게 되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정작 고쳐야 할 문화는 고쳐지지 않고 껍데기만 고쳐진다면, 참된 의미의 ‘지속가능한 혁신’은 어렵습니다.​​

 

 

 디자이너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는?

디자이너로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가치란 어떤 것일까요.
Accountability for Increasing (  ) (  ).

디자이너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감’은 ‘Responsibility’와는 조금 다릅니다. ‘Responsibility’가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이라면, ‘Accountability’는 주인 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마치 이 회사나 서비스의 주인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런 행동 양식을 갖추는 것을 의미하죠.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브랜드’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브랜딩 부서가’, ‘마케팅은 마케팅 부서가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죠. 그렇게 되면 부서 간에 생각과 입장의 차이가 생기고, 연속성 있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 내기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괴리감은 결국 일관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가는 데 걸림돌이 되거나, 부서 간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기 어렵게 만듭니다.

VISA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때, 당시 CMO(Chief Marketing Officer)에게 ‘앞으로 맞이하게 될 미래의 결제 시장에서 VISA가 소비자에게 꾸준히 어필하려면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를 고민해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향후 5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결제 수단과 결제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고, 그 상황에 미리 대비하고자 한 것이죠.

‘Sensory Branding’

이후 논의 과정을 통해 ‘사람의 감각(오감)을 자극할 수 있도록 다양한 IT/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에 브랜드를 접목한다면, 소비자의 관심을 꾸준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VISA는 실제 단순히 신용카드에 로고를 새기거나, 특정 이벤트에 스폰서로 참여하는 방법 외에, 스마트워치, 키오스크, IoT(사물인터넷) 등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 VISA 시스템을 접목해 쉽고 빠르게 결제가 가능하도록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고 있죠.

디자이너의 리더십은 단순히 회사의 요구에 따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회사의 브랜드 벨류를 높일 수 있는 큰 안목을 갖고, 내부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협력 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 당시 저는 파트너로 CMO를 찾아 그 역할을 해낸 거죠.​​

 

 

 진정으로 ‘고객’을 이해하려면?

고객 경험의 여정(Customer Experience Journey)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고객의 일상(Daily Life)을 시간대별로 펼쳐 적어보고, 이를 더 세부적으로 키 모먼츠(Key Moments)로 쪼개어 정리해야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통적인 Key Moments를 가집니다. 바로 ‘일하러 이동하는 시간(Getting to Work)’, ‘나를 위한 시간(Me Time)’,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먹고 즐기는 시간(Dinner with Friends)’ 등이 되겠죠.

어떤 비즈니스/서비스가 고객의 Key Moments를 얼마나 더 많이 점유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게 됩니다. 다만, 고객의 모든 Key Moments를 하나의 서비스가 커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찾아 협업하는 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가 국내 최대 오픈마켓으로서 다양한 파트너사들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두려움을 극복할 때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앞서 설명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선행 조건은 무엇일까요?

바로 ‘두려움(fear)’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갖게 되죠. 동료나 상사에게 의견을 말해야 하는 회의 시간이나 파트너사와의 미팅에서 이런저런 두려움이나 걱정 때문에 의사를 명확히 말하거나 일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려움은 ‘위험(danger)’과는 다른 것입니다. 위험은 실재하지만, 두려움은 스스로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고, 선택적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두려움을 극복한 ‘무모함’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큰 ‘변화’를 이뤄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